
인생 처음 곤충 표본을 만들었던 추억…
충우곤충연구소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한번은 써봤을 제품은 무엇이 있을까? 포충망? 표본상자? 곤충핀? 진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제품 3가지 정도를 들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포충망은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휘두르고 있었던 것 같고 표본상자(?)라는 것에 곤충 표본을 담아 본 것은 중1 여름방학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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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mini가 내 추억을 바탕으로 그려준 표본상자의 모습
인생 최초의 곤충 표본을 만들었던 것은 중학교 1학년 생물 방학 과제였다. 그때 당시 거의 마지막으로 곤충 채집 과제가 있었을 시절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2가지 과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생각이 안 나지만 뭐 본인이야 뭐 까치산 곤충 채집가였기 때문에 당연히 까치산에서 채집한 곤충들을 문방구에서 핀을 구매해서 막 꼽고 표본을 만들었고, 마지막 개학 전날 잡은 왕사마귀가 죽지를 않아서 막걸리 통을 잘라서 모기향으로 가스실을 만든 다음 기절시켜서 핀을 꼽아 제출했던 기억이 난다.
어디서 표본 만드는 것은 알았는지 대충 흉내는 냈지만, 전족, 건조란 개념도 몰랐던 것 같다. 표본상자는 아버지 선물 받은 양주 박스에다가 아래에 스티로폼을 깔고 부엌에서 랩으로 덮어서 만들었다. 제출 후 물론 사마귀는 다시 살아나서 핀을 뽑고 일어나고 콩풍뎅이는 돌려받을 때까지 핀을 꼽은 채 살아있어서 빙빙 돌고 있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A+인데 그거 땜에 A0 주셨다고 하셨던 기억이 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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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곤충 표본 수집 좀 한다는 사람은 자신만의 전용 곤충 표본 도구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핀셋, 평균대, 곤충핀, 스티로폼 정도만 있으면 웬만하게 표본은 만들 수 있는데 그래도 표본을 처음 만들 때라도 제대로 된 곤충핀을 쓰는 것은 가장 중요하다. 왜냐면 문구점에서 파는 굵은 핀으로 뚫어놓으면 나중에 복구도 힘들기 때문에 금전적으로 조금만 신경을 써서 곤충핀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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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곤충핀(insect pins) (2종 일본 Shiga사, 체코 엔토스핑크스)
현재 국내에서 곤충인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핀은 일본의 시가 곤충핀과 체코의 엔토스핑크스의 곤충핀을 예를 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때 곤충동아리를 시작할때 종로 과학사에 갔을때 처음 접한 핀이 일본 시가사의 핀이기 때문에 계속 시가사 핀을 써왔고 대학원에서도 시가핀을 쓰고 있어서 자연스레 시가핀 제품을 계속 쓰게 되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스테인레스핀이 아닌 볼헤드가 달린 핀을 많이 쓰고 있으며, 왜 일본 시가사 제품핀을 쓰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빈티지 일본 곤충핀 소개 (벌레총각님 기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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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핀(昆虫ピン) 全形登録 第 92348号: 전형 등록 제92348호
어렸을 때부터 수집벽이 있던 나는 곤충 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서 표본 외에도 곤충에 관계된 것은 뭐든 모으는 수집벽이 더 생겨나게 되었다. 나의 평소 수집벽을 잘 알고 계시던 벌레총각님(수집쌉고수님)께서 어느 날 박물관 어디에라도 나중에 전시하라면서 빈티지 곤충핀을 선물로 주셨는데 결국 박물관에 전시되지는 못하고 연구소로 이전하고 스튜디오에 다른 곤충 소품들과 같이 있다가 정리하면서 생각이 나서 촬영을 해보았다.
그런데 해당 제품에 대한 정보를 구글 검색 등에서 찾을 수 없어서
제미나이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역시 제미나이 3.0은 모르는 게 없는 것 같다.
아래는 제미나이가 추론한 저 곤충핀 제품의 정체이다?
출시 시기 추정: 1940년대 후반 ~ 1950년대 중반 (쇼와 20~30년대)
by Gemini
여러 단서를 조합해 볼 때, 이 제품은 1950년대 전후에 생산된 것으로 보입니다.
일러스트 스타일: 표지의 소년, 소녀 그림체는 1950년대 일본 교과서나 아동 잡지 삽화의 전형적인 스타일입니다. 소년의 흰색 챙 모자와 셔츠, 소녀의 리본과 복장은 전후 일본의 '건강한 어린이'상(像)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등록 번호 (全形登録 第 92348号): '전형 등록(의장등록의 일종으로 추정)' 번호가 5자리입니다. 보통 쇼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특허나 실용신안 표기법이 바뀌거나 숫자가 훨씬 커집니다. 이 번호 대역은 쇼와 초중기의 특징입니다.
인쇄 및 종이 질감: 거친 종이 질감과 3~4도 인쇄(빨강, 파랑, 노랑, 검정의 망점이 보이는 방식)는 당시 저가형 학습 교재의 특징입니다.
바코드/JIS 마크 부재: 1960~70년대 이후 제품들과 달리 바코드나 일본 공업 규격(JIS) 마크가 전혀 없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60-80년대쯤 제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된 것이라 놀랐다.
표지 주인공 두 명을 확대해 촬영해 보니 언제인가 고서적에서 본 것 같은 킹 받는 곤충 채집 커플의 일러스트가 부각된다.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 한국전쟁 이후 책 등에도 저런 일러스트가 많이 쓰였던 것 같다. 여하튼 눈썹 입술 미소가 정말 킹 받는다. 어린이들이 제품 모델로 나와 있는 것을 보면 이 제품은 전문가용이 아니라 문구점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방학 숙제용 과학교재가 아닌가 생각된다. 회사 로고도 산이 3개가 겹친 모습이니 왠지 과학교재 전문 회사로 추정된다.
안구 정화를 위해
제미나이 캔버스 기능을 이용해
최신의 일러스트 스타일로
그려달라 부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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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Nano Banana Pro
짜잔~♥♥♥
여러분의 안구는 정화되었습니다!![]()
내지 1면에는 곤충 표본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다. 가장 왼쪽에는 '昆虫針を使った後 理科帳へはりなさい'라고 쓰여있는데 그 뜻은 '곤충침을 사용한 후 이과 공책에 붙이시오'라는 뜻으로 전문가용이 아니라 학생들의 과제용 제품이라는 것이 더 확실해진다.
나비 전시하는 방법 아래에는 나비를 제대로 전시하는 법이라 해서 날개가 쳐지지 않게 표본을 만들라는 안내가 있으며, 갑충에 핀은 정확히 어디다 꼽아야 하는 지도 알려주고 있다. 거기다 작은 곤충은 두꺼운 종이에 풀로 붙이라고 되어 있는 점도 꽤 고무적이다. 초등학생에게 마운트 표본 방법을 알려주다니 역시 곤충 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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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곤충핀은 책처럼 넘기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가운데에는 3장에 곤충핀이 꽤 안전한 방식으로 포장이 되어 있다. 다만 이때는 스테인리스 스틸 가공 비용이 비쌌기 때문에 일반철에 도금을 한 형태로 보이며, 오랜 시간에 의해 녹이 슬어 있는 것이 보인다. 길이는 현재의 곤충핀 길이와 비슷하며 날카롭기도 꽤 날카로우면 시가핀 한 5-6호핀 정도의 굵기가 되어 보인다.
아마도 실사용은 자제하는 것이
파상풍 예방에 좋을듯하다 ㅋㅋ
핀 부분 다음에는 잘라 쓸 수 있는 채집 라벨이 인쇄되어 있다. 종명, 산지, 채집일, 채집자를 적을 수 있는 부분이 있어 표본을 만든 후 라벨까지 작업할 수 있게 정석적인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실제로 손으로 쓰고 자로 표를 만든 것을 인쇄한 것으로 보인다. 총 3장이 들어 있으니 라벨 12 X 6 = 36개 -> 곤충표본 36개의 라벨을 할 수 있는 여름방학 과제로 넉넉한 양이기도 하다.
제일 마지막 내지 우측에는 주사액(방부제)과 주사 놓는 방법이 그려져 있으며, 좌측, 좌측 하단에는 라벨 붙이는 법과 삼각지 접는 법도 안내되어 있다. 포충망, 삼각통, 독병 등도 일러스트 되어 있고 마지막으로 가운데에는 곤충상자에 정리하는 방법이 나와 있으며, 그 상자에는 곤충표본 채집자 - 야마다 카즈오라고 되어 있는데 왠지 회사 대표 이름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마지막으로 뒤편 표지는 곤충의 정의와 분류 방법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도표이다. 진짜 곤충핀 하나에 아기자기하게 모든 것이 나름대로 설명되어 있는 점이 아주 매력적이다. 이 부분도 제미나이에게 해석을 맡겨보았다.
곤충 특색 (昆虫 特色)
곤충이 되기 위한 4가지 기본 조건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몸은 머리·가슴·배의 세 부분으로 구별된다. (からだは 頭・胸・腹の三部 にくべつされる)
대체로 두 쌍의 날개가 있다. (大体二ついのはね がある)
세 쌍(여섯 개)의 다리가 있다. (三つい(六本)のあしがある)
난생(알을 낳음)이며 변태하는 것이 많다. (卵生で変たいする ものが多い)
2. 곤충 분류 도표 (오른쪽 차트)
"특징을 따라가며 곤충의 종류를 찾아보자!"는 식의 **검색표(Key)**입니다. 위에서부터 갈래를 따라가며 해석해 보겠습니다.
(시작점)
[위] 대체로 날개가 있다 (大体はねがある) → 아래쪽 (A) 그룹으로 이동
[아래] 전혀 날개가 없고 변태하지 않는다 (全くはねがなく変たいしない) → 선을 따라가면 → 좀류 (しみ類)
(A) 그룹: 날개가 있는 곤충들의 분류
[갈래 1] 날개 수로 나누기
[위] 날개가 두 쌍 있다 (はねが二ついある) → 아래쪽 (B) 그룹으로 이동
[아래] 날개가 한 쌍 있다 (はねは一ついある) → 선을 따라가면 → 파리·모기류 (はい、かの類)
[갈래 2] 날개 재질로 나누기 (B 그룹)
[위] 날개가 막질(얇은 막)이며, 네 장 모두 막질이다 (はねが膜質、四枚とも膜質である - 오타 추정) → 아래쪽 (C) 그룹으로 이동
[아래] 앞날개만 각질(딱딱한 재질)이다 (前はねだけ かく質である) → 아래쪽 (D) 그룹으로 이동
[갈래 3] 날개가 모두 막질인 곤충들 (C 그룹)
[맨 위] 입은 씹기에 알맞다 (口はかむのに適する) → 선을 따라가면 → 벌류 (はちの類)
[가운데] 날개의 맥이 굵다 (はねのすじが太い) → 선을 따라가면 → 잠자리류 (とんぼの類)
[아래] 날개의 맥이 가늘다 (はねのすじが細かい) → 선을 따라가면 → 매미류 (せみの類)
*(참고: 나비 그림 옆에 **나비류(ちょうの類)*가 있지만, 도표 상의 연결선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대략 이 그룹 근처에 위치합니다.)
[갈래 4] 앞날개가 딱딱한 곤충들 (D 그룹)
[위] 완전변태한다 (完全変たいする) → 선을 따라가면 → 반딧불이류 (ほたるの類) (그림은 딱정벌레목 전체를 대표하는 사슴벌레/장수풍뎅이류로 보입니다.)
[아래] 변태는 불완전하다 (変たいは不完全である) → 선을 따라가면 → 메뚜기류 (ばったの類)
해석 및 리뷰 포인트
쇼와 시대의 과학교육: 현대의 정밀한 생물학적 분류보다는 초등학생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특징(날개 유무, 재질, 변태 방식 등)으로 분류를 시도한 자료입니다.
재미있는 표현: '딱지날개'를 '각질(かく質)'이라고 표현하거나, '반딧불이류' 그림에 딱정벌레목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곤충을 그려놓은 점 등이 당시 교육 자료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빈티지한 감성: 손으로 그린 듯한 도표 선과 그림, 그리고 누렇게 변한 종이가 어우러져 당시의 시대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간단하게 리뷰를 해볼 생각이었는데, 제미나이 덕에 생각보다 더 재미있는 리뷰가 된 것 같아 다행스럽고 귀중한 빈티지 곤충핀을 선물해 주신 '벌레총각'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포스팅을 마친다.
더 재미있는 곤충 기어 이야기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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